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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동서원 +1

  도동서원은 대구광역시 달성군 구지면에 위치한 서원으로, 김굉필(1454~1504)을 배향한 서원이다. 김굉필이 뛰어난 유학자이기는 하나 아무래도 학교 교육 수준에서 얘기하자면 본인보다는 그의 제자가 조광조이고, 그의 스승이 김종직이라고 하는 편이 설명이 빠를 것 같다.

  아무튼 도동서원이 행정구역상 대구광역시 소속이긴 하나, 달성군은 대구 중심지에선 상당히 멀리 떨어진 지역이고, 그 달성군 안에서도 구지면은 상당히 아래쪽이라고 하면 상당히 오지라는 감이 올 것이다. 실제로 구지면 최남단은 경상남도와 맞닿아 있을 정도다. 그래서 외지에서 오는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대구에서 도동서원을 갈 경우에도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상당히 교통이 불편하다는 것은 감수를 해야 한다. 

우선 도동서원을 대중교통으로 가기 위해서는 현풍시외버스터미널로 가야 한다. 가는 방법은 600,655번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것과, 서부정류장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현풍정류장으로 향하는 방법이 있다. 명색이 같은 대구광역시인데 시외버스라니 어감이 이상하지만 아무튼 그렇다. 사실 달성군 전역이 대구에 편입된 건 불과 20년 전인 1995년이라 당연하다면 당연할 수도 있고(노선은 그 이전부터 있었을 것이니), 아직도 달성군 사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대구 시내에 나갈 때 '대구 간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위에 있는 시간표가 서부정류장에서 현풍으로 향하는 시간표이다. 구지는 말 그대로 구지면을, 이방은 구지면 바로 아래쪽으로 해서 대구광역시와의 경계에 있는 경상남도 창녕군 이방면을 말한다. 저기에 있는 모든 버스는 현풍정류장에 정차하니 저 시간표를 참고하면 될 것이다. 서부정류장에서 현풍터미널까지는 30분 가량 걸리고, 시외버스 요금은 2400원이다. 시내버스 600번과 655번을 타고 현풍터미널까지 갈 경우, 서부정류장 기준으로 1시간 40분 이상 소요되니 어지간하면 시외버스를 타는 것이 낫다고 본다. 600,655번 타고 가는 게 시외버스보다 더 효율적인 경우는 상인동보다 더 남서쪽의 월배 지역에 사는 경우(진천동, 도원동, 대곡동 등), 그리고 다사 및 655번이 직접 닿는 성서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정도일 것이다.

현풍정류장에 도착했다면, 위와 같은 시간표를 참고하여 달성 4번 버스를 타고 도동서원으로 향하면 된다. 종점이 도동서원이니 헷갈릴 일은 없다. 보다시피 배차시간이 상당히 기니, 버스를 이용할 경우엔 시간을 미리 숙지해둘 필요가 있다. 도동서원에 도착한 뒤, 다시 현풍터미널로 향하는 버스를 타는 데 대략 2시간 가량 소요되는데, 이 정도 시간이면 사실 다 둘러보고도 시간이 꽤 남는 편이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느긋하게 감상한다 해도 1시간 가량이면 충분하다.

터미널에서도 시간을 모른단다. 하긴 비슬산 노선은 임시노선이기도 하고, 원래 시골 노선이 다 그런 식이긴 하다. 개그 같으면서도 정겹기도 하다.



우선은 안내판부터 찍었다. 백과사전식 설명이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지식은 숙지할 수 있으니 이런 안내판은 있으면 참고하면 좋다.




400년 된 은행나무라고 한다. 설명에 있듯이 도동서원 중건 기념으로 그의 외가쪽 후손이 되는 인물이 심은 나무라고 하는데, 아마 가을철에 오면 장관일 듯 싶다. 해설사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여기에도 짤막한 전설이 있는데, 바로 앞에 보이는 낙동강에 이무기가 살고 있었는데, 그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려다 하필이면 이 은행나무에 걸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그 분풀이로 해마다 강변에 큰 홍수를 일으켰는데, 이것을 산 위에 있던 칼바위가 강으로 날아와 물길의 지형을 난도질하여 길을 뚫어둔 탓에 홍수가 덜해졌다고 한다. 물론 이런 이야기야 믿거나 말거나지만 여기서 이 나무가 꽤 신성시되었다는 사실과, 이 주위의 낙동강변에 홍수가 상당히 많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이 근방은 꽤 침수가 잘 되는 지역이라고 한다.



수월루(水月樓)는 서원으로 들어가는 정문이면서, 2층의 공간은 휴식을 취하는 누각으로 쓰이는 곳이기도 하다. 유생들의 휴식 공간으로 쓰였고, 누각 위에서 보면 흘러가는 낙동강 일대의 경관이 잘 보인다고 한다. 다만 올라가는게 금지되어 있기 땜시 올라가보진 못했다.


이곳이 도동서원의 강당, 즉 공부하는 공간인 중정당이라는 곳이다. 기둥에 둘러져 있는 흰 종이는 상지(上紙)라 하여 이 서원에 배향된 김굉필이 조선 5현 중에서도 으뜸가는 인물이라는 뜻에서 둘러져 있는 것이라 한다.

사실 처음엔 놓쳤던 것인데,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나서 알게 된 것이지만 들어오는 입구의 기둥엔 이렇게 연꽃 문양으로 장식이 되어 있다.


또한 서원 아랫단의 돌 사이사이에는 용머리 4개와 다람쥐 모양의 동물상이 조각되어 있다. 여의주나 물고기를 물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서원 강당의 좌우로는 대기실이 위치해 있는데, 똑같아 보이지만 하나의 차이점이 있다. 바로 문지방의 높낮이다. 우측의 경우 높이가 매우 낮으나, 좌측의 경우 높이가 좀 있다. 좌측은 상대적으로 나이나 서열이 낮은 인물이, 우측은 나이가 많은 인물이 사용하는 방이라고 한다. 또한 본래 문의 안쪽에 장지를 발라놓는데 비해 여기서는 바깥쪽에 장지가 발라져 있는데, 이는 방과 대청 중 유생들이 모여 공부를 하는 대청 쪽을 안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방으로 들어가는' 개념이 아니라, 방에서 '대청으로 들어가는'개념이라는 것이다.


강당에서 사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사당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개방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문 3개 중에서 좌측 문은 계단이 없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되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벌써 함정카드가 존재했다는 것일까?


또한 하단부의 돌들은 그 크기와 재질이 다양한데, 이것은 선현인 김굉필을 존경한 전국 각지의 선비들이 돌을 보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동서원의 토담. 옛 모습이 잘 남아 있으면서도 상당히 예쁘기 때문에 중정당, 사당 건물과 함께 이 담장이 보물 350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윗 사진이 선조가 하사한 사액이며, 아래쪽은 퇴계 이황의 글씨를 모각(모방하여 조각)한 현판이라 한다. 이황은 살아 생전 이 서원에 현판을 준 일이 없지만, 일평생 김굉필을 존경하여 왔기에 그렇게 하였다고 한다.


도동서원 옆에 김굉필의 묘가 있다 하여 짧은 거리지만 산을 타 보았다. 참고로 저기에서 '다람재'라는 고개가 현풍에서 자가용을 이용하여 넘어올 경우 넘개 되는 고개인데, 저 고개에서 내려다본 낙동강과 도동서원의 경치가 그렇게 좋다 한다. 나는 시내버스를 타고 왔기 때문에 저 길을 넘지는 않았지만, 이후에 차를 사게 된다면 저 길을 통해 낙동강의 풍경을 즐기며 와보고 싶기도 하다.


이게 김굉필의 묘이다. 근데 사실 산 위에 올라오면 뭐 경치라도 볼 수 있을 것 같아 와 봤는데 여기서는 그리 좋은 경치는 보기 어렵다. 






서원 주위의 풍경. 낙동강 주변의 풍광이 꽤 운치가 있다. 자전거도로도 있어서 자전거 타고 강변을 도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서원에서 멀찍이 고개 너머로 보이는 작은 정자.




이건 서원에서 얼마 안 떨어진 거리에 있는 관수정이라는 작은 정자다. 위에서 보면 경치가 꽤 괜찮다.

현풍터미널에서 대구 서부터미널로 가는 시외버스 시간표. 대략적으로 1시간에 2~3대씩 있다고 보면 된다. 

도동서원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도 실려 있어 꽤 알려진 편이기는 하다. 그러나 상당히 오지에 위치하고 있어 교통이 불편하다는 점이 방문하기에 걸림돌이 되기는 한다. 그리고 사실 아무것도 모르고 가면 정말 허무하고 재미가 없다. 나도 첨엔 그냥 쭉 20분도 안되서 다 보고는 할 일 없어서 옆에 산길 따라 무덤까지 갔다 와도 1시간도 안 걸려 다 보고는 이게 뭐냐 싶었는데,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보니깐 뭔가 똑같은 걸 봐도 달라 보이고 하나하나가 꽤 재미가 있었다. 이런 게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앞에 있는 400년 된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고, 나무들과 주변의 강변 풍경이 조화를 이루는 가을철이 아마 이곳에 오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자기 차 없이는 오기 힘든 곳이긴 하지만, 나중에 날 잡아서 한번쯤 다시 와도 산책으로서는 꽤 괜찮지 않을까 싶다.